[캐나다워홀] 손가락 거스러미 함부로 뜯지 말자 | 조갑주위염

2021. 4. 5. 11:09캐나다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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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톱 옆에 가시랭이가 생기면 거슬려서 자주 뜯는다

 

손톱깍이로 잘라야 깔끔하고 아프지않게 확실하게 제거되지만 항상 손톱깍이를 가지고 다니지않기때문에 대부분 반대쪽 손톱으로 잡아 뜯는다

 

더 많이 뜯어지지않도록 끝을 잡고 반대쪽 살을 눌러주면서 한 번에 팍

 

 

이 날도 그런 날 중 하루였다

 

별생각없이 거슬리는 가시랭이가 생겨 뜯었고 조금 따끔거리긴했지만 조금 많이 뜯어져서 그러려니 손톱깍이로 마저 잘라주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자마자 느껴진 감각은 손가락의 욱씬거림이었다

 

퉁퉁 부은 손가락에선 심장박동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뭐지

왜이렇게 아파

나 일해야 하는데...

 

 

내가 한거라곤 고작 손톱 옆에 붙어있던 거스러미를 떼어냈을 뿐인데 이게 이렇게 아플 일인가?

 

할 수 있는건 인터넷 검색뿐인지라 검색을 시작했다

 

 

손톱 옆 가시랭이, 손가락 부음, 통증 ...

 

 

그리고 발견한 이것일거라 유추되는 병명 조갑주위염

 

 

 

<조갑주위염은 가시, 바늘, 날카로운 물체 등에 의해 손톱 주위가 찔려 생긴 상처에 박테리아가 감염되어 손톱 주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세상에 이런 이름의 염증도 있었구나 딱 이거네

 

 

전날 스시집에서 설거지할 때 맨손으로 했는데 아마 그때 감염된 게 아닐까 싶다

 

 

스타벅스에서도 스시집에서도 물이 안닿을 수가 없는데 물이 닿지 않도록 하고 항생제, 소염제를 복용해야 한단다

 

 

우선은 스타벅스에 가서 위생장갑을 껴야겠다 생각하고 약을 발라 반창고를 붙인 뒤 출근했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 아침, 위생장갑이 다 떨어진걸까

 

 

 

 

조갑주위염

 

영어로 paronychia

 

그냥 보기에 별로 안아파보여서, 설명해도 안 아픈 질병 같아서, 아파하는게 굉장히 민망했다

 

하지만 정말 아픈걸..

 

나도 이게 왜이렇게 아픈건지 이해가 안돼

 

 

 

 

 

장갑이 없어 대신 랩으로 감싸고 테이프를 붙였다

 

당연하게도 금방 망가져서 떨어졌고 다시 붙이고 다시 붙이고를 반복..

 

나를 배려해서인지 별것아닌걸로 징징거리는게 보기싫었는지 대부분 시간을 카운터 앞에만 있을 수 있었다

 

 

 

 

 

 

 

 

 

매니저의 퇴근시간

 

그리고 나의 쉬는시간

 

 

 

매니저가 공구가방을 뒤적거리고 있다

 

그리고 츤데레처럼 책상 위에 툭 던져놓는 라텍스 장갑

 

 

'이거 껴'

 

 

오.. 날 위해 찾아준건가

역시 매니저가 다르긴 하구나

 

 

'고마워'

 

 

 

 

 

 

 

 

 

 

 

그리고 집에 간 줄 알았던 매니저가 다시 돌아와 약을 건네주었다

 

한국의 후시딘같은 연고다

 

 

 

뭐야

나 진짜 감동먹었잖아

 

 

 

 

 

 

 

 

매니저는 이렇게 테이프까지 붙여주고 떠났다

 

 

 

손님들이 내 손을 흘끗흘끗 보고 대놓고 기겁하며 피했다

 

방수도 제대로 되니 난 이제 바를 맡을게

 

그렇게 퇴근시간까지 손님들에게 손을 숨기고 음료를 만들었다

 

 

 

 

근데 덕분에 물은 하나도 안들어갔는데 안에 습기가 찬다..

 

 

결국 이것도 완전한 방법이 아니었고 스시집에 가서는 장갑을 자주 바꿔 끼면서 손도 계속 씻고 닦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구매한 의료용 테이프

 

이게 방수가 되서 테이프로 약을 바른 손가락을 감싸주니 물에서도 보호되고 약도 스며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는 거즈같은거 끝에 붙여주는 용도일텐데 이걸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항생제 먹으면 효과가 빠르다던데 항생제 처방받으려면 의사 만나야하고 의사 만나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육안상 고름이 생긴것도 아니어서 약을 바르면서 최대한 물을 피하며 지냈다

 

다행히 붓기는 하루이틀만에 괜찮아졌고 며칠 지나자 통증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이후로는 설거지 할 때 항상 고무장갑을 이용하게 됐다

 

 

 

 

 

손톱 옆 작은 거스러미

 

그거 하나로 이런 엄청난 고통을 느낄 수 있다니

 

사실 한국이었으면 더 쉽게 병원에 가고 더 쉽게 치료할 수 있었을텐데

 

새삼 타지에 나와 있다는게 실감됐고 서럽기도, 고맙기도 했던 경험이다